우주
그곳은 시체 몇을 암매장해도 모를 어두운 공사장이었다. 인부는 한 명도 없고 황무지는 버려진지 오래. 내가 여태껏 보았던 쓸쓸한 영혼들이 마지막으로 두려운 세상에서 눈을 감았던 곳이기도 했다. 어찌 전율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.
혈관이 마르도록 쓸쓸하고 허탈한 그 벌판을 지나오다 보면 광활한 검은 밤 하늘에 별 하나 없는 거대한 구름이 나를 이 비인간적인 괴로운 외로움을 외경심과 고요함으로 설명하는 것만 같다. 이 외경심은 따뜻한 난로 앞에서 하나님 예수님의 이름을 읊조리며 어린 심장이 느낄 수 있는 친숙한 외경심이 아니다. 이것은 차마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하고 영원하지만 아무 말 없이 침묵하는 코스모스를 향한 외경심, 그 차갑다고 부를 수도 없을 무(無)와 몸서리치는 신성할 정도의 온전함과 미물 속에 미물이 든 초월적인 모습에 대한 본능적인 두려움이다. 코스모스여, 나는 이 모습을 다만 어린 새 살 조차 미동 않는 무표정으로 일관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.
그 순간 이 작은 세상에서 옹기종기 아기자기한 마을을 꾸미고 살아가는 내 종족을 떠올린다. 이들은 그토록 가깝고도 사랑스럽지만 결코 위대하지는 못하다. 그 순간 나는 떼없는 결속성을 느끼면서도 동시에 무한한 거리감, 딱 나와 코스모스 사이의 그것만큼의 거리가 나와 한 명 한 명의 인간들, 내 가족들과 지인들, 내가 여태껏 음악으로 예술로 시로 들었던 모든 타자들 사이에 머무르고 잔류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. 나의 시간은 짧고 나의 평생, 내가 알 수 있는 전부, 내가 나의 일부로 체감할 수 있는 전부는 이 손바닥에 얹어진 사막 모래처럼 작다는 것을 깨닫는다.
그리고 저 코스모스가 무엇을 위로한것인지 더 심화한 것인지 알기 어렵지만 나는 또다시 절망도 공허도 아닌 뜻 있는 외경심을 느끼고 실어(失語)한다. 느낄 것도 꾸밀 것도 없는 순수하다는 수식어조차 필요없는 야밤에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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